오늘로 정확히 입대한지 20년이 되었다. 참고로 어제는 전역 18주년이었다.
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. 9월 초부터 입대일까지 집에서 게임을 하고 만화책을 보면서 입대일을 기다리고 있었다. 이제 곧 있으면 이렇게 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열심히 놀았다. 만화책방에서 만화책이란 만화책은 죄다 빌려보았고 컴퓨터로 게임을 하였다. 그 당시 하던 게임이 Ragnacenti 라는 '젤다의 전설'과 비슷한 성격의 세가 게임이었다. 이렇게 나는 전역 전날까지 하고싶은 게임을 하고 놀았다. 아, 그리고 무엇보다도 빠질 수 없었던 그 당시 유명했던, 그리고 지금도 역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크래프트도 열심히 하였다. 이렇게 놀다보니 어느덧 입대일이 다가오고 있었다.
그리고 입영 전날, 즉 2004년 10월 20일, "네기마"를 실컷 보며 전날처럼 입대를 기다렸다. 이제 내일이면 이 만화책을 볼 수 없겠구나 싶어서 외우듯 열심히 보고 또 놀았다. 또, 먼저 입대한 친구와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궁금한 것들 몇가지를 물어보기도 했다. 그 녀석은 7월에 입대했는데 그만큼 빨리 전역하겠구나라는 약간의 부러움이 있었다.
그리고 마침내 입영일이 밝았다.
아빠는 훈련소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자고 했다. 참으로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였다. 아마도 미국에 갔다온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. 나는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집을 나왔다. 그냥 잠시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것 뿐이라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. 비행기를 타고 경남 창원시에 있는 39사단 훈련소 앞에 도착했다. 비행기를 타고 와서인지 입영시각인 13:00 까지는 약2시간 정도 남았다. 근처에서 식사를 간단히 하고 아빠는 남는 시간동안 잠깐 PC방에 갈거냐고 물었다. 나는 괜찮다고 했다. 어제까지 충분히 놀았기에 더 놀아봐야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 여긴 듯하다. (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)
근처에서 훈련병에겐 꼭 필요하다며 2.5만원짜리 손목시계를 사고 근처를 잠깐 거닐었다. 2시간동안 뭐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도 아빠랑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. 그렇게 13:00 가 되고 아빠와 나는 훈련소 안에 있는 강당으로 들어갔다. 수많은 내 동기들이 있었고, 그들의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였다. 그렇게 잠시동안 입영식을 하고 가족 및 일행이 모두 나간뒤 여러가지 조사를 했다. 혹시 범죄여력이 있는 사람 있나? 혹시 xx 한 사람 있나? 이런 간단한 조사 및 설문을 마치고 훈육조교는 우리를 데리고 보급창고에서 군용품 지급 후 막사배정을 하였다. 나는 2중대 9내무실 막사로 배정되었다. (당일 입대자들은 모두 2중대로 배정) 내무실에서 간단한 교육을 마친 후 저녁식사를 갔다. 첫 식사였고 나름 괜찮았다. 그날은 목요일이었고 그 주는 훈련없이 간단한 개인정비로 시간을 보냈다.
지금 현재시각은 23:45. 1시간 단위로 불침번을 서며 첫째날 밤을 보내던 그 날이 생각난다. 그것이 20년전 그날의 나의 모습이었다. 그 때 나와 같이 훈련소에 있던 내 동기들 중 일부는 아마도 나처럼 오늘 20주년을 생각하며 그 때를 떠올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.
20대 초반이었던 나는 어느덧 40대가 되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. 몸만 늙었을 뿐 마음은 그대로이다. 그동안 나는 인터넷 등으로 내가 할 일에 많은 방해를 받았고 따라서 나는 오늘을 기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결심했다.
YouTube, 인터넷 뉴스, 사진 감상 등 나의 시간과 자유를 뺏는 이러한 행위들은 오늘부로 종료하며, 20년전 훈련병의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한다. 2021년 오늘에도 이런 결심을 한 적이 있고, 나름 성과는 있었다. 그렇지만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 스스로를 개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.
2023년 설날을 기점으로 나는 삼촌의 정신교육을 통해 몰라보게 발전했고, 이제는 이러한 교육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.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는 내가 어렸을때, 그러니까 한 25년전 빨리 삼촌에게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내 인생이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. 하지만 어차피 지나간 시간이기에 후회는 시간낭비라 생각한다.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래를 위해 더욱 매진하여 과거에 10, 20년을 되찾는 것이다.
나는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. 훈련병이었던 그 때의 다짐을 되새기며 이제부터 스스로를 위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임하도록 노력해야겠다.